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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잔디를 깎다

글쓴이 : 베다니 한인교회 날짜 : 2020-03-31 (화) 14:17 조회 :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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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니 한인교회 2020-03-31 (화) 15:15
3월 30일(월) 오전 호건 주지사의 (Stay at Home) 집에 머무르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1주일 전과 비교해 3배나 늘어난 확진자로 인해 내려진 조치였습니다.

당연한 조치였지만,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첫째는, 주일 예배 때문입니다.

둘째는, 이제 아무도 교회에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러 올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걱정으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해야 할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잔디 씨앗, 꽃 씨앗, 제초제를 사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잔디를 깎았습니다.

잔디가 잘 정리된 교회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런 후 잔디가 없는 곳에 잔디 씨앗을 골고루 뿌려주고,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내일은 제초제도 뿌리고, 새로 만든 십자가 동산의 땅을 갈아 엎고, 꽃도 심으려고 합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때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 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났습니다.

당분간 아무도 찾아갈 수 없는 교회이지만, 다함께 예배할 그날을 소망하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잘 가꾸고 그 날을 준비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잔디를 깎다보면, 그동안 잘 살펴보지 못했던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이번에는 작년에 안영남 권사님과 유갑위 권사님이 어렵게 가져다 심으신 감나무가 보였습니다.

멀리서 보니 죽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변의 다른 나무들은 싹을 잘 틔우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하나 둘씩 싹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희망이 보였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모든 상황들이 암울합니다. 희망이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희망의 싹이 틔어나고 있습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확신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아는 것입니다"(히브리서 11:1)


지금 우리의 앞날을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낼 것입니다.

활짝 핀 꽃처럼, 활짝 웃으며, 잔디가 잘 관리된 교회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 예배할 것입니다.

이 믿음으로 우리의 두려움과 걱정을 이겨내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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